노스님 혜곡은 입적을 눈앞에 두고 있고, 젊은 기봉은 사바세계에 두고 온 눈 먼 어머니에 대한 번민으로 괴로워하면서도 도를 깨치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고아로 태어나 산사에서 자라난 동자승 혜진이 있다. 짝이 있는 한마리의 새를 죽이고 현상계를 지배하는 삶과 죽음이라는 이원성을 최초로 직면하게 된 혜진은 죽음의 무상, 집착과 번뇌, 죄와 공포라는 삶의 근원적 고뇌를 깨닫게 된다. 생과 사, 선과 악, 행과 고라는 우리 존재의 체험이 주어지고 생은 공하며 태어나는 것도 사멸하는 것도 아니라는 설법범이 주어진다.